
얼마 전 한 스타트업 대표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. “우린 ‘따뜻하지만 날카로운’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. 그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?” 그 말에 나는 한참을 멈칫했다. 따뜻하면서 날카롭다니, 모순 같지만 그들의 지향점을 한 문장으로 꿰뚫고 있었다. 결국 내가 꺼낸 건 하나의 심벌과 제한된 컬러 팔레트였지만, 그 기획의 중심에는 감정의 균형이 있었다.
내가 브랜드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것도 비슷한 경험에서였다. 유학 시절, ‘스콧리’라는 이름을 처음 얻고 나서 느낀 낯섦과 해방감이 뒤섞인 그 감정.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은 느낌이 내 시각을 만들었다. 한국에서 익숙했던 기준들이 외국에선 전혀 다르게 읽혔고, 그 차이 속에서 ‘이름 없는 느낌’을 시각 언어로 정리하고 싶은 욕망이 자랐다.
요즘 나는 로고 하나를 만들 때, 그 기업이 하고 싶은 말보다 아직 말하지 못한 감정에 더 집중한다. 팀원들과의 회의록, 첫 슬랙 대화, 창업자가 밤에 적은 메모까지. 그 안에 진짜 톤이 숨어 있다. 디자이너의 역할은 그것을 붙잡아 형태로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.
브랜드는 보여지는 게 전부가 아니다. 오히려 ‘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것’이 전부일 때가 많다. 폰트의 미세한 곡률, 레이아웃의 호흡, 간격 하나에도 성격이 스며든다. 나는 그런 ‘비언어적 요소들’이 브랜드의 본질을 말해준다고 믿는다.
이 사이트에 담긴 작업들은 모두 그런 맥락에서 시작된 시도들이다. 완성된 디자인보다는 과정에서의 질문과 선택들, 그 망설임의 기록에 가깝다. 디자인은 결코 정답을 향한 직선이 아니다. 오히려 무수한 감정의 선분들이 겹쳐져 만든 밀도 높은 결정체다.
그래서 나는 여전히, 누군가의 “이런 느낌, 가능할까요?”라는 말에 설렌다. 그 한 줄에서 시작되는 탐색의 여정이, 브랜드 디자인을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다.